B급 문화로 치부되는 키치적 글쓰기는 당시로는 분명 새로운 방법이었다. 이듬해 출범한 문민정부는 이러한 흥청거림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서태지가 등장했다.hwp 파일 (Down). 하지만 유하의 시가 이렇게 가볍고 장난스러운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그 수명은 길지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신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신세대들이 앞다투어 유행을 만들어내고 따라하는, 고향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zip 독후감 다운로드 유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읽고 [독후감] 유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읽고 - 미리보기를 참고 바랍니다. 시집에 수록된 <싸랑해요 밀키스, 그 중에서도 상업적이라는 광고 카피를 제목으로 쓴 것이나, 압구정동은 부의 상징이며, <武林 破天荒>에서처럼 무림을 배경으로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시가 이런 신선한 충격에 한 몫을 했다. 시인은 압구정동에서 ‘배나무 숲’을 발견하기도 하고 ‘압구정동은 체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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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와 압구정동
유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읽고
유하의 두 번째 시집인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당시의 시집들 가운데 90년대 초의 분위기를 가장 잘 읽어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동명의 영화도 있지만 시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현실을 무림 강호에 빗대어 풍자한 첫 시집 『무림일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가장 급부상한 시기인 90년대 초반에 나온 이 작품은 “정치적 욕망과 물질적 욕망, 성적 욕망이 뒤엉켜 타락한 산업 사회의 실상을, 그것에 가장 밀접한 리듬과 언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꼬집고 비틀고 희화화시켜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1)
이 작품이 10쇄 인쇄된 92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그 때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서태지가 등장했다. 그로부터 신세대라는 말이 나왔고, 대중문화는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88올림픽 이후 급성장한 경제 탓에 오렌지 족이라는 말도 유행했었다. 그 때의 한국 사회는 흥청거리고 있었다. 이듬해 출범한 문민정부는 이러한 흥청거림에 부채질을 했을 것이다. 이 때 등장한 유하의 시집은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런 것으로도 시를 쓸 수 있구나. 시집에 수록된 <싸랑해요 밀키스, 혹은 주윤발論>과 같이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상업적이라는 광고 카피를 제목으로 쓴 것이나, B급으로 치부되던 홍콩 영화 배우를 소재로 한 것, <武林 破天荒>에서처럼 무림을 배경으로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시가 이런 신선한 충격에 한 몫을 했다. 이런 유하 시의 경향은 기존 시의 엄숙함을 발랄하게 꼬집는 것으로 대중이 친밀감과 흥미로움을 느낀다면 90년대든 춘추전국시대든 타임머신을 탈 각오가 돼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의 한계성은 언젠가 평론가 김현이 그랬듯 “충격은 오래되면 상투화되고, 그것을 시인 자신이 감지하지 못한다면 장난이기 쉽다”라고 말한 것에 있다. 그가 차용하고 있는 대중 문화, B급 문화로 치부되는 키치적 글쓰기는 당시로는 분명 새로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는 유하의 세계관이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교묘하게 대중 문화의 간접적인 그것과 유사한 만큼 그 깊이에 대한 의심 또한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유하의 시가 이렇게 가볍고 장난스러운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그 수명은 길지 않았을 것이다. <벽보, 대권에 대한 망상>과 같은 시에서는 대선 후보의 벽보를 통해 말장난에 그치지 않고, 더욱 직설적이고 분명하게 당시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할머니, 젖은 나락 말리시네>나 <겨울 하나대>를 보면 시인이 압구정동에 고립되어 있긴 하지만 뿌리를 생각하고, 고향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말장난처럼 보이는 많은 시속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뼈를 찾을 수 있기에 유하의 시속에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하와 압구정동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표제작인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모두 10편에 각기 다른 부제가 달린 시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 있어 압구정동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시인은 압구정동에서 ‘배나무 숲’을 발견하기도 하고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압구정동에는 ‘호텔’이 있으며, ‘압’자를 버리고 구정물 남은 구정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압구정동은 부의 상징이며, 신세대들이 앞다투어 유행을 만들어내고 따라하는, 때때로 여자를 꼬시기도 하는 물질적, 성적 욕망이 뒤엉킨 곳이다. 그래서 시인은 그곳에서 더욱 외롭고 고립되어 이따금씩 ‘할머니’와 ‘하나대’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주)-----------------
yes24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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