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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의 유력한 틀로서 ‘산별노조’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현재의 단위노조가 고용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에 무기력한 것을 평가하면서, 노동조합의 기본체계가 산업별로 재편되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기업별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체계의 문제로 돌리면서, 산업별 노동조합체계는 ‘산업적 수준’에 걸맞는 고용정책과 조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산별재편을 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운동이 사업장 단위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기업별 노조에 기반함으로써, 미조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한계를 가져왔다면, 산별노조는 미조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가능성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조직형태 자체가 개인가입의 원칙, 비고용 노동자의 가입 가능, 중앙집중적인 조직원리, 전국적인 노조활동가의 존재 등을 담보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형태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이 가능성을 진정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시켜 내기 위해서는 노동대중 내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연대의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 먼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산별노조 건설 움직임은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의 불안정화’가 양산하는 내부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불안정노동 철폐’의 요구나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의 실험들은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우선적 일정에 밀려 배제되고 있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연구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즉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문제가 산별 재편과정에서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주요 과제임에는 분명하나 현실적으로 민주노총은 이미 ‘조직된’ 연맹의 산별 재편이 일차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급 연맹으로서도 기존 단사노조의 조직 확대와 연맹 내부의 통합, 나아가서는 연맹간 통합에 주력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망하고 있다(민주노총, 『민주노총 산별노조 건설전략』, 2000.3.10, 144쪽). 현재의 금속산별노조의 모습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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